살아짐과 사라짐, 그 사이.
- 하삐

- 2023년 5월 8일
- 1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3년 5월 10일
2023년 5월 9일
무엇이 지금에 이르게 하였는지는 알지 못한다. 무언가 큰 것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든지는 오래다. 생각할 힘을 잃은 후 지금의 나를 만든 무언가가 무엇인지 찾는 것은 적지 않은 괴로움을 수반했다. 아무것도 모르겠어서 답답하고 생각의 목적성까지 생각이 닿지 못해 그 괴로움 마저 무모하다 여겨졌기 때문이랄까.
감정을 잃은 인간은 더이상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는다 생각했다. 살아가고는 있지만, 그저 나는 시간에 의해 살아지고 있었다. 지금 이 글을 적어내려가는 시점의 내 삶은 능동적 살아감이 아닌 수동적 살아짐의 형태임이 분명하다. 이 방안에 자동적이면서도 수동적으로 고립되면서 나는 서서히 나를 잃기 시작했다. 타인이 기억하는 나와 지금의 내가 알고 있는 나의 괴리가 나를 더 타인으로부터 가두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달라진 나를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이 문제인지도 어떤 차이인지 형용하기도 힘들기에.
과거에 세상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자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던 나의 말을 기억하련지. 세상과의 끈이 희미해지고 사라지는 과정 속에서 날 찾던 사람은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긴 하다. 도움 받고 싶어하는 자가 그 도움이 정말 간절하다면 손을 뻗는게 맞다 생각한다. 말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모르니까. 난 도움이 간절하지 않았다. 세상과 함께 나를 방치하고 싶었던 것 같다. 가끔 보고 싶은 사람과의 전화 두세 통, 괜한 마음에 전한 카톡 몇 줄이 전부였다.
일으켜지지 않는 몸을 이끌고 고정된 일정을 어찌저찌 소화하며 하루하루 보내던 나는, 사회에서의 나와 홀로 있을 때의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점점 작아져갔다. 생각할 힘을 잃은 나였지만, 살아짐과 사라짐이 한 끗 차이라는 생각은 머릿 속에서 메아리치듯 맴돌았다. 나에게도 타자에게도 그것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 그릇된 용기와 불행한 힘에 의한 사라짐은 그간의 투쟁은 무가치한거였다고 비웃듯 빠르게 정리되고 잊혀지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이후로 어떤 생각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나는 헤매고 있다.
그렇게 시간 속에 메마른 채 서성이고 있다.
이 서성임의 끝엔 무엇이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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