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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 2023년 2월 25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4년 10월 11일


사실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다.

선생님께서 내게 주셨던 시간과 공간은 정말 소중한 것이었다.

지금 정도의 스트레스라면, 그 면담의 존재가 더더욱 큰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다.

말할 수 있는 곳을 잃어보고서야 그 소중함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 모든 스트레스를 혼자 견디는게 얼마나 힘든건지, 지금의 내게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살아가는건가 관찰해보기도 했다.

다들 대체 어떻게 그렇게 살아가는건지.

그런데 나중 되어서야 알았다.

애초에 사람들은 나정도로 스트레스에 취약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취약하더라도 그 괴로움을 견디는 법을, 다른 감정으로 승화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기질적으로 스트레스에 취약한 것인지, 성장 배경 속에서 그렇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확실하게 나는 남들보다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에 취약하다.

무언가 마음이 힘든 것이 잘 견뎌지지가 않는다. 생각이 항상 극단적으로 흘러간다.

견딜 이유도 충분하지가 않다. 뭐가 그렇게 삶이 간절하지가 않다.


사람들은 나와 달랐다.

한 두가지가 달랐던 것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상처주기 싫었던 나는, 내가 상처 받을 만한 요소들을 고려하며 말하고 행동했다.

하지만 어쩌면 나만 상처 받는 것들이었고, 타인들은 주로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들이었다.

그걸 앎에도 내 사고 방식은 고쳐지지 않았고, 결국 또 상처 받는 것은 나였다.

그 상처는 주는 주체가 타인이 아니라 나 스스로라 탓할 곳도 없었다.

그게 나를 더 아프게 했다.


사람을 믿기가 힘들었다. 물론, 내 탓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거니까.

사실은 내 생각과 달라도 내가 그렇게 생각해버리게 되는거니까. 내 잘못이고 분명 내 문제다.

어쩌면 나만 바뀌면, 내가 상황들을 바라보는 방식만 바뀐다면 해결될 문제일지라도,

그럼에도 사람이 무섭다. 너무너무 무섭다. 뭐가 정말 많이 무섭다.

무해하다 느껴지는 사람들도, 어떤 무해한 존재가 내 곁에 있더라도, 결국 나는 내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으니 말이다.

좋은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뭐해. 내가 유해한 존재라 당신을 좋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걸.

그러고도 옆에 있어달라고, 곁에 있어주면 안되냐고 바란다면 그건 내가 이기적인 것이지.

올해 들어서는 이러한 이유로 독립적이고 싶었고 그래서 혼자 담아내던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괜찮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들이 스트레스로 남아 자가면역에 문제가 생긴 건지도 모른다.

괜찮다고 결코 잘 견뎌지던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힘들면, 그렇게 힘들면 죽으면 되지 왜 저럴까라고 사람들이 생각할 것 같다는 생각.

그렇게 힘들면 알아서 해답을 아는데 왜 저렇게까지 괴로움을 표출할까 하는 생각.

실은 죽을 정도로, 고민 없이 죽을 정도로 힘든 것이 아닌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또 저러다가 말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누군가 이렇게 생각해도 전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는게 당연하다 생각했다.

그러게, 자살 시도할 정도로 힘든거 아닌데,

그러게, 그렇게까지 힘든 것도 아닌데 왜 나는 유난인건지.

그러게, 나도 벗어나는 방법을 아는데, 결국 나는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우유부단한 사람인건가.

그렇다. 아직도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고쳐야하는 점이라는 것도 안다. 그런데 잘 바뀌지가 않는다. 잠깐 변화가 생기는가 해도 곧장 돌아온다.

불안하다. 스스로도 자신이 없어서 나는 매사가 불안하다.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해줬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고.

다들 관심 있는 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그래서 나도 내가 어려운 감정들을 표출해도 사람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렇게까지 신경쓸 것도 없기도 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걸까.

내게 소중한 사람들만이라도 이런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는건가. 그런 마음이 없지는 않겠지.

어쩌면 지켜봐줄 사람이 필요한건가 싶기도 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도움을 받기에는 나아질 자신이 없어서. 그 기대에는 절대 부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린 모두 감정이 있는 사람인지라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의 답답함은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나도 나로서는 내 위치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것인데, 어찌하였건 그렇게 오랜 시간 쌓아올린 사고방식은 잘못된 것이었다.


선생님과 면담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더 큰 감사함을 가지고 선생님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고 도움 받고 싶다.

이 모든 생각들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는 공간이 내게 생겼으면 좋겠다.

영구적이지 못하더라도 그 공간 속에서 강해지고 싶다. 강해지지 못해도, 무너지지 않고 싶다.

도움 받고 싶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나는 지금 도움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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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by Hayoung Harvey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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