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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냥.

  • 2022년 10월 13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2년 10월 13일

2022년 10월 13일


이건 그냥 닿지 않을, 닿지 않아야 하는, 그렇지만 마음 속에서 울려 퍼지는 말들의 나열



가끔 엄마 사진을 갤러리에서 볼 때면 슬픔이 몰려온다.


우리 엄마는 나이가 조금 있는 편이기 때문. 사실 엄마 나이를 알면 엄마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인지해버릴 것 같아서 그냥 66년생이라는 것만 기억하고 나이를 계산하지 않은지는 5년가량 된 것 같다. 지금도 의식적으로 계산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앗, 이걸 적으면서 생각해버렸다.

어릴 적 우리 엄마는 솔직히 좋은 엄마였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힘들다. 나는 또래 친구들보다 분명 엄마랑 많이 싸웠고 엄마가 나한테 손대는 일들도 다분했고 듣지 말아야 할 말들도 많이 들었다. 물론 지금은 많이 잊혀졌지만, 그냥 그땐 그랬다.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인가 엄마는 좀 달라졌다. 사실 학교에서 좀 사고도 치고 엄마가 그로 인한 충격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아.. 학교 스타벅스에서 지금 글 쓰는 중인데, 눈물 나네 진짜. 어쨌든 엄마는 어느 날부터인가 나한테 화도 잘 내지 않고 고등학교 입학 이후로는 사실 맞은 기억도 없고 그런 것 같다. 물론 그 이후에도 엄마가 험한 말을 할 때가 있었는데, 예전에 병원에서 친해진 간호사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 중에, "어릴 때는 부모가 자식을 품지만 점점 나이가 들 수록 자식이 부모를 품어야 한다, "는 걸 배우셨다고 하셔서 그 말을 들은 이후로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리고 사실 나를 위해서 한 말이라는 것을 나도 조금 크고 나서 알았으니까. 그냥 사랑의 잘못된 표현 방식일 뿐, 의도는 선한 것일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2020년부터 전반적으로 엄마는 그 후로 나에게 본인이 나에게 가진 사랑에 대해 많이 표현한다. 딸이 있어서 너무 좋다고, 돈 벌어주는 아들보다 이것저것 사달라는 것 좀 많지만 그래도 그런 딸이 좋다고. 어릴 땐, 엄마가 싫다고 나쁘다고 자주 생각했다. 지금은 다르다. 엄마가 좋았던 순간들도 안 좋았던 순간들도 많지만, 이제는 안다. 위의 노래 가사대로 엄마는 내가 행복하고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언제나 내게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겠지.

엄마랑 백화점에 가면, 엄마는 본인이 입고 싶은, 사고 싶은 옷들을 많이 발견한다. 그러다 나도 내가 갖고 싶은 옷들을 발견한다. 그러면 엄마는 본인이 사고 싶은 옷을 사는 것을 포기하고 내 옷을 사줬다. 본인이 좋은 것을 포기하고 그냥 내게 행복을 주려고. 이걸 두세 차례 반복한 이후에는 나는 엄마하고 쇼핑을 하러 가더라도 엄마 예쁜 것부터 사자고 한다. 그러고 여유 있으면 내 거 사자고. 솔직히, 나는 앞으로 어떤 불운의 사고가 있지 않는 한 내가 더 오래 살 텐데, 엄마는 지금이었으면 좋겠는데, 지금 즐길 거 즐겨야지. 하는 생각이 안들 수가 없다. 나이가 들면 걷기도 힘들어지고 그러면 쇼핑 자체도 다니기 힘들 텐데.


엄마는 나랑 예전부터 여행을 가고 싶어 했다. 나는 항상 여행을 거부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나는 그냥 엄마랑 친해지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다. 사실 모르지 않는다. 이유를 잘 알고 있다. 내게 죽고 싶은 마음이 들고 그걸 행동으로 실천할 때 엄마가 내 발목을 잡지 않았으면 해서, 가족 때문에라도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 없었으면 해서. 그래서 나는 가족이랑 그렇게 깊은 관계를 갖고 싶어 하지 않아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늘 그런 생각이었다. 엄마는 특히 나랑 유럽 여행을 가고 싶어 했다. 내가 휴학해서 엄마도 같이 커리어 내내 단 1년만 가질 수 있는 연구년(안식년)을 가진 이유는, 나와 함께 놀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랑 여행 다니려고, 나랑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어서. 물론 코로나가 터지고 하면서 같이 여행을 가지 못한 것도 있지만, 사실 난 친구들을 만나느라 바빴고 그렇지 않은 날들에는 그냥 나는 괜히 안 괜찮은 날들이 찾아와 방에서 혼자 할 거 있다고 거짓말하고 지낸 날들이 많았다. 그런데, 사실 엄마와의 여행을 거절할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엄마가 나랑 같이 여행 갈 날이 사실 많이 안 남았는데, 사실 이러면 안 되는 건데.


SK2를 애용하는 엄마와 내가 마지막으로 피부 나이를 측정한 것이 재작년인데, 재작년까지만 해도 우리 엄마의 피부 나이는 40대 초반이었다. 실제로 엄마의 피부는 정말 좋았고, 나는 그래서 엄마가 그렇게까지 나이가 든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냥 요즘에 엄마의 엄청 과거 사진이랑 최근 사진을 보면 엄마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게 너무나도 가슴 깊이 체감된다. 괜히 미안하다. 그 주름들에 지난 날들의 내가 보여서, 그저 미안하다. 내가 더 좋은 딸이 못되어주어서. 주변 애들은 다 엄마랑 대화도 많이 하고 여행도 다니고 놀러도 다니고 연락도 자주 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해서. 그러지 않아서가 더 맞으려나.


우리 집 두 마리의 강아지 중 베니는 노견이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분양 받았으니까, 벌써 11년이 지났네.. 이것도 지금 처음 계산했어.. 항상 내 바람은 베니 보다 먼저 죽는 것이었는데, 사실 그러고도 충분했었는데, 이제는 베니 보다 먼저 죽으려면 언제 죽어야 하냐하는 생각도 가끔 든다. 마찬가지로 엄마를 떠올릴 때도, 엄마가 60에 닿기도 전에 내가 먼저 떠날 거니까 그냥 그렇게 깊이 있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나이 들어감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데 그냥.. 언제부턴가 불쑥불쑥 생각이 나고, 그럴 때마다 나는 너무 슬프다. 회피하고 싶은 마음도 많이 크다. 오빠는 엄마한테 물질적으로 잘해주지만 엄마한테 험한 말들을 가끔 한다. 안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내가 엄마한테 좋은 말들을 해준 적이 있지도 않지만, 그래도.. 엄마가 그 상처들을 받을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으니까.


모르겠다. 이토록 두서없는 글도 오랜만이다. 솔직히 당장 오늘부터 엄마한테 잘하면 안 되냐는 생각도 들지만 계속해서 마음속으로 거부감이 있다. 그렇게 3년을 보냈다. 늦어도 많이 늦었지 뭐. 그냥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런 것 같다. 나를 딸로 둔 엄마가 행복하다면, 엄마가 보는 나는 거짓된 모습인 게 분명하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예전에 쓴 글 중에 그런 말이 있다.

엄마는 나를 위해, 나를 생각하며, 내가 삶의 이유가 되어 살아갈 수 있지만, 나는 엄마를 위해, 엄마를 삶의 이유라 생각하며 살아갈 수 없어서 미안하다고. 미안하다. 그렇다. 그냥 그렇다..


아 정현 선배가 오피스 아워 가자고 부른다.. 그만 가야지..



이건 그냥 어쩌다 엄마 사진을 우연히 마주쳐 감정이 북받쳐 올라 적어 내려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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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by Hayoung Harvey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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