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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회오리를 견디는 두 가지 방법

  • 2021년 12월 2일
  • 2분 분량

당당히 나의 감정을 마주하다.


내용에 앞서, 해당 글은 나를 포함해 감정에 둘러싸여 마치 늪에 빠진 듯, 헤어 나오기 힘들어 이성적 사고가 힘들어지는 경험을 자주 겪는 사람들을 위해 과거에 병원에 입원했던 당시 배웠던 방법을 나누는 글임을 밝힌다.


#1. 건포도 명상

건포도 명상은 편의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견과류 패키지에서 건포도 하나를 꺼내 눈을 감고 건포도의 촉감을 느끼며 어떤 촉감이 느껴지는지 형용해보는 명상이다. 어떤 어두운 감정이 나를 찾아왔을 때 주변에 있는 물건 하나를 집어보자. 그 물건을 안전한 곳에서 두 눈을 감고 느껴보며 어떻게 생겼는지 하얀색 스케치북 위에 내가 표현하는 문장 들 뿐으로 그 물건을 그린다고 생각하며 문장을 한 줄 한 줄 입혀보자. 말로만 들었을 때는 우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 다양한 상황에 활용하면 감정적인 순간을 지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cf. 지속된 역류성 식도 위염 때문에 어린 나이에 수면 내시경을 처음 받게 되었을 때, 베드에 실려 가며 들려온 시끄러운 병원 소리는 두려움에 가득 차 있던 나를 더 혼란스럽게만 했다. 그러던 중, 건포도 명상을 떠올리며 온몸으로 느껴지는 딱딱한 듯 폭신한 침대와 담요로 덮여 보존되던 나의 온기에 집중하며 당시에 느껴지는 감각을 머릿속으로 적어 내려가 보았다. 이내 빠르게 쿵쾅거리던 내 심장 박동 소리는 진정되었고, '아, 도저히 못 하겠어. 너무 무섭고 추워.'라며 겁에 질려있던 나는 내시경에 대한 생각이 아닌 내가 누워있는 'here-and now'의 감각에 집중하며 무사히 수면 내시경을 마칠 수 있었다. 당신도 혹여나 자신을 압도하는 감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순간이 온다면 활용해보기를 바란다.


감각에 집중한다는 것은, 객관적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나의 언어로 표현하고, 이로 인해 당시에 나를 둘러싸던 복잡하고 어렵던 충동적 감정으로부터 벗어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2. 나를 표현하다_예술로 나를 표현하다

정신과 폐쇄 병동에 입원하여 아무것도 할 게 없어 몹시 심심해, 그 심심함에 더 고통받던 나를 구원해준 것은 다름 아닌 공책 한 개와 연필 한 자루였다. (주로 폐쇄병동에서는 자해 위험으로 샤프를 제공하지 않는다.) 약 한 달 간의 입원 기간 동안 나는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생각들을 공책에 담으며 나에 대해 더 잘 알아가고 과거에는 마냥 도망 다니기만 한 부정 정서를 마주하기 시작했다. 부정적인 감정은 마주하면 더 깊은 감정의 골에 빠질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였다. 오히려 그 감정의 원인과 사고 과정을 살펴보며 종이 위의 글자들이 마치 상처 난 나의 마음을 감싸주는 듯했다. 글이 아닌 그림을 그리고 싶은 날에는 연필이 가는 대로 그림을 그려보기도 하였다. 어떤 종류의 예술이던 좋다. 솔직한 나 자신을 표현해보자.


우리는 어떤 감정이던 느낄 수 있고 어떤 생각이던 들 수 있다. 생각이나 감정은 통제되는 것이 아니다. 통제 불가능한 것에 대해 받아들이고 나면 조금 더 편하게 감정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어떻게 느끼던, 어떻게 생각하던 괜찮다.


cf. 해외에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이 아닌 타지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나는 한국을 떠나며 한국에서 받던 모든 정신과적 의료지원으로부터 떨어지며 벗어나기 힘든 우울감에 더 자주 빠지곤 한다. 위험한 생각이 들 정도로 감정의 회오리, 그 회오리의 눈에 빠질 때면, 더 이상 매주 정신분석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을 대신하여 나는 나의 공책을 펼쳐 자유롭게 나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어떤 때에는 눈물을 흘리며 작성하기도 하고, 때론 분노에 휩싸여 손을 떨며 작성하기도 한다. 당시의 감정에 따라 글씨체가 바뀌는 편이라 공책은 다양한 모양의 글씨체로 가득 차 있다.


종이에 나를 괴롭게 하는 감각들을 꾹꾹 눌러 담고 나면, 나의 고요한 외침이 외로운 방 안에서 시간이 지난다고 사라져 버리는 기억이 아닌, 공책에 내 삶의 한 조각으로 자유롭게 놓아줄 수 있기에, '괜찮아도 괜찮아'라는 생각과 함께 진정이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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