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보존 법칙
- 2018년 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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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2022년 10월 1일
2018년 6월 12일
재밌다. 인간은 행복을 바라지만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라면 항상 존재하는 불행이라는 감정은 굉장히 싫어한다. 나는 인간의 행복은 운에 어느 정도 의존하며 운은 '에너지 보존법칙'처럼 그 양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내게 어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곧 좋은 일이 생기고, 지금 내게 좋은 일이 생기면 곧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이런 가설을 혼자 만들고 믿게 된 것은 아마도 중학교 3학년 때부터인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조금 웃기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길을 가다가 쓰레기가 보이면 먼저 치우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조금 나이가 많으시거나 힘들어 보이는 분이 계시면 항상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리고 점점 '운 보존 법칙'은 착한 일을 하면 보상이 오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의미로 나 스스로가 혼돈을 가졌던 것 같다.
몇 주 전에 승원 선배랑 14시간을 함께 있으면서 헤어지기 전 타로를 보러 갔을 때 나는 타로를 봐주는 분께 여쭈어보았다.
"저는 운의 양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해요. 인생에 있어서 운이 100이라고 했을 때, 좋은 일이 생기면 그 중 5를 썼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리고 남은 인생을 95를 기다리며 살아가는 거에요. 제가 가지고 있는 이 가치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러자 대답하셨다. “친구가 생각하는 것도 나름 논리적이지만 한 가지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어요. 사람이 행복한 일이 먼저 일어나고 불행한 일이 생기면 그 순서가 반대가 되었을 때 느꼈을 불행감보다 훨씬 크게 느낀다는 것을 말이에요. 그리고 오늘 제가 봐드리는 운수들은 언제든지 셀 수 없이 많은 변수들로 바뀔 수 있는 것들이라는 것을 꼭 알았으면 해요.”
듣고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지금까지 믿어 왔던 것들이 사실 조금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터무니없는 이야기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느 순간부터 운이 아닌 불행에 더 많은 초점을 둔 이후, 나는 사소한 행복에 만족할 수 없었고 점점 나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졌던 것이다. 사실 사람의 가치관이라는 것이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2주 동안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것들을 조금 바꿔보고자 노력하였다. 결론은,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타로를 보러 처음 들어가면 어떤 것에 대한 타로를 볼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나는 가장 먼저 성적에 대한 타로를 보았다. 내가 타로를 보던 당시, 그 어떠한 것보다 가장 두려워하는 AP점수에 대해 물어보았다. 결과는 처참했다. 과목 마다 성적을 봐줄 수가 있다고 해서 물리, 화학, 경제, 통계, 미적분학 순서대로 보았는데, 미적분학과 통계를 제외하고는 모두 4점 혹은 3점이 나올 것 같다고 하셨다. 사실 듣고 나서 가장 걱정한 것은 휴학 기간 동안 한 것들이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 보다는 엄마가 내 성적을 확인한 후 내게 어떤 말들과 행동을 할지였다. 이 생각을 하면서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어쩌면 숫자 몇 개로 이루어진 성적이 아닌 가장 가까이 있는 엄마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라고 나는 확신했다. 타로가 잘못되었기를 바라면서 엄마와 나의 관계를 남은 주제로 정하였다.(사실은 승원 선배의 추천으로 연애 운을 보려고 했는데, 역시 아직 내게 그 정도의 여유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기독교인으로써 사실 타로 같은 것을 믿지 않았는데, 그 분께서 해주시는 말들은 정말이지 정확했다. 해주신 모든 말들이 기억나는 것은 아니지만 2주가 지난 지금 기억나는 것은 아래와 같다. - 엄마와 싸우는 것은 앞으로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이기지 못하는 싸움이라는 걸 본인도 알면서 굳이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 엄마는 고양이 왕국에서 왕으로 나왔어요. 공격적인 표정을 하고 있네요. 반면에 친구는 새끼 고양이가 난간 위에 서 있어요. 아까부터 모든 타로 카드에 친구가 불안하다고 알려주고 있어요. 친구, 요즘 무슨 일이 있나요? - 매사가 불안해요. 간혹 충동적인 선택을 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혹여나 그 선택을 하더라도 꼭 주위를 둘러봐줘요. 한 번만 더 생각해봐요. - 친구 안에는 아직 겉으로 보이지 않는 내력을 가지고 있어요. 사물에 대한 이해가 남들에 비해 빠른 편이고 공부하는 데에는 수월할 것 같아요. 혹여나 기대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더라도 조금만 힘을 내요.
신기했다. 일주일 동안 매 순간 이성을 지켜오던 나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직도 그 상황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집에 도착한 후, 어두운 방 안에서 홀로 두 시간 가량을 방황하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날 나는 다시 생각했다. 하루 종일 사람들 품속에 있었던 것에 대한 대가인 걸까라고. (아마 이 날 저녁, 지금은 지웠을지도 모르지만 Hayoung Kim 계정에 넬의 ‘섬’이라는 노래를 소개하며 이런 아픔이 뒤따라오더라도 매일이 오늘 같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던 것 같다.) ‘운 보존 법칙’이 다른 사람들이 보았을 때, 그리고 나 스스로도 조금만 관점을 달리하면 논리적인 문제들을 많이 찾을 수 있는 믿음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가치관으로 나는 안 좋은 일이 지나간 후에는 반드시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오늘 하루도 무사히 버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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